본문 바로가기

체킷 이야기

성 평등을 위한 첫걸음, 성차별 단어 대체하는 표현 알아보기

'내가 쓰는 언어의 한계가 곧 나의 세계의 한계'라는 비크겐슈타인의 말에서 보이듯 언어는 생각을 담는 그릇, 사회의 가치와 태도를 반영하는 요소로써 우리의 인식에 큰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우리 쓰는 표현, 단어 하나에서도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인데요. 우리의 일상 언어에 깊숙이 들어와 있어 누구든 사용하는 단어이지만 차별적인 의미를 가진 단어가 많이 있습니다. 이런 단어들의 수정을 위해 많은 분들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어 최근에는 법령, 행정용어 수정 등 많이 개선되고 있는데요. 오해가 담긴 표현들을 알아보고 대체할 수 있는 단어들을 소개할게요.

 

 

 

 



 

1. 처녀막 > 질 입구 주름

 

2021년 국립국어원에서는 '처녀막' 대신 '질 입구 주름' 이라는 단어를 추가했습니다. 먼저 처녀막은 처녀의 질 구멍을 부분적으로 닫고 있는, 막으로 된 주름 또는 구멍이 난 막. 파열되면 재생이 되지 않는다.라고 정의 했었는데요.

사실은 성관계 유무와 상관 없이 손상되는 경우가 많고, 모양이 유지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즉, '처녀'라는 설명은 옳지 않아요. 심지어 이미 구멍이 뚫려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파열'이라는 단어 역시 부적절합니다.

처녀막이라는 단어에서 '막' 이라는 용어 때문에 막혀있다고 생각하기 쉬웠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아요. 오히려 막혀 있다면 월경혈이 나오지 않아 수술로 절개해야 해요.

현재 '질 입구 주름'의 뜻은 여성의 질 구멍을 부분적으로 닫고 있는 막으로 주름 또는 구멍이 난 막으로 오해의 소지가 있는 내용이 사라졌어요.

 


2. 폐경 > 완경

 

완경은 국립국어원 표준국어 대사전에 등재된 단어는 아니에요. '여성의 폐경을 관곡하게 이르는 말'로 국민 참여 사전인 '우리말샘'에 뜻풀이 되어 있어요.

폐경은 마지막 월경 이후 1년간 월경이 없을 때, 월경이 중단되었음을 의미 해요. 노화로 인한 자연적인 신체의 변화이기도 하고 수술, 항암치료, 환경호르몬의 영향등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합니다.

안명옥 전 국립 중앙 의료원 원장은 90년대 처음 '완경'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어요. 더 이상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몸의 자연스러운 변화를 표현하기에는 폐경 (월경이 닫혔다)라는 표현 보다 완경(월경이 완성되었다)이라는 표현이 더 잘 맞기 때문이에요.

이화여대 석좌교수이자 생물학자인 최재천 교수님은 2003년 본인의 저서에서 '완경'이란 표현의 사용을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월경과 여성의 삶은 별개이지만 폐경의 어감이 마치 월경이 끝나면 여성의 삶도 닫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유난이라는 반응도 많지만 언어의 힘이 개개인의 인식과 사회적 문화적 인식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에요. 한 조사에 따르면 완경이라는 단어에 80%이상의 여성이 여성으로서 존중받는 느낌이 든다라고 답했어요. 이런 긍정적인 인식의 변화 '완경'이라는 단어를 쓸 충분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3. 처녀작, 처녀항해, 처녀출전 > 첫 작품, 데뷔작, 첫 항해, 첫 출전

 

작가나 항해사, 운동선수는 남자가 더 많은데, 왜 총각작, 총각항해, 총각출전은 없었을까요? 남자가 주류인 집단에서 만들어진 언어였기 때문이에요. 여성의 순결을 대상화하고 강조하는 과거의 가치관이 반영되기 쉬웠던 거죠.

'처음'이라는 의미로 '처녀'를 쓰는 건 여성의 순결을 강조한 성차별적 단어이기 때문이에요. 2023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배포한 '문체부 양성평등 홍보물 안내서'에서도 처녀작을 '첫 작품'으로 대체하도록 안내하고 있어요.

 


여성의 순결에 대한 고정관념이 담긴 단어는 외국에도 존재 하는데요. 대표적으로 결혼식 때 신부가 걷는 길 버진로드(Virgin Road)에요. 신랑신부가 처음으로 함께 걷는 길을 말하지만, 역시 처녀라는 뜻의 Virgin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어요. 최근에는 웨딩로드로 대체해서 부르는 추세입니다.

 




4. 기타 성차별적 단어

서울시여성가족재단에서는 2018년 ~ 2020년 성평등 주간 (9월 1일 ~ 7일)에 맞춰서 성차별어와 대안어를 선정하는 포럼을 열고 시민들의 제안을 받아왔는데요. 몇 가지를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 유모차 > 유아차


단어 속에 아이와 엄마라는 말이 들어가 엄마만 끌어야 할 것 같은 ‘유모차(乳母車)’를 유아 중심으로 표현하는 ‘유아차(乳兒車)’로 바꾸자는 시민 제안도 선정되었어요.

🤳 리벤지 포르노 > 디지털 성범죄


성범죄 등에 악용되고 있는 ‘몰래카메라’를 범죄임이 명확한 ‘불법촬영’으로, 가해자 중심적 용어 ‘리벤지 포르노(revenge porno)’를 ‘디지털 성범죄’로 바꾸자는 제안도 선정되었습니다.

🧔 수유실 > 아기쉼터․아기휴게실


‘수유실’은 ‘아기의 어머니가 아기에게 젖을 먹이도록 따로 마련해 놓은 방’을 뜻하는데, 아이를 돌보는 방은 엄마와 아빠 모두가 아이를 돌볼 때에 사용할 수 있으므로 문제가 될 수 있다.라는 의견이 있어 선정되었습니다.